2010년 6월 10일 목요일

서구화와 비만 및 당뇨병

외국생활과 당뇨병 (2)
서구화와 비만 및 당뇨병

* 본 글은 2009-2010 년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교민을 위해 작성한 글임.

지난 편에 이어 다시 한 번 북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당뇨병은 유전적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세계 각 지역마다 그 병의 빈도(유병률)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 성인 인구의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가령, 성인 인구가 4천만이라고 가정한다면 400만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다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지구 상에서 가장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종족은 누구일까? 글머리에 잠깐 복선을 흘렸듯이, 미국 애리조나에 사는 “피마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종족인데 이들의 당뇨병 유병률은 50%에 이른다. 즉, 길가는 피마 인디언 둘 중의 하나는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재미 있는 사실은 멕시코 산간 지방에 살고 있는 피마 인디언들은 6% 정도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환경 탓이다. 멕시코 산간 지방에 살고 있는 피마 인디언들은 전통적 생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애리조나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피마 인디언들은 운동 부족과 고칼로리음식으로 인해서 주민 대다수가 매우 비만하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들은 당뇨병이 우리 민족과 같은 일반적인 인구 집단에 비해서 5배 이상 높은 것일까? 바로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절약 유전자”라고 하는 것이 그것인데,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이 수렵 및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을 얻을 당시에는 성공적으로 먹을 것을 확보할 확률이 높지 않았기에, 많이 먹을 수 있을 때 배불리 먹고 잉여 에너지를 지방 조직에 저장해 둘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이 살아 남아 있는 상황에서 매일 같이 배불리 먹고 운동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도래하니, 자연히 살이 찌고 이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신대륙 이주 과정은 어느 민족보다도 험난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그들이 왜 그토록 당뇨병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자, 그러면 남의 이야기는 접어두고 이 곳 캐나다에 이민 와 계신 우리 동포들의 건강은 어떠할까? 따로 한국인 캐나다 이민자에 대해서 연구된 바는 잘 알지 못하지만, 다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우리 민족은 얼마나 당뇨병이 잘 생기는 민족인가? 다행히도 일반적인 세계 평균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서양인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심한 비만을 가진 경우에 당뇨병이 잘 생기지만 우리 나라 사람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그다지 비만이 심하지 않아도 당뇨병이 잘 생긴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복부 비만이 당뇨병 발병에 중요하다고 여겨져서 “뱃살 클리닉”이라는 이름으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둘째, 이민자의 건강은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을까? 옛말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것이 있다. 즉, 귤을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인데 똑 같은 종자 혹은 똑 같은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환경적 요인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당뇨병에 관해서 따로 연구된 바는 없지만,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인 비만에 대한 연구를 잠깐 살펴 보도록 하자. 2005년도에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인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78명과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주해온 한인 218명을 비교하였는데 비만 혹은 과체중인 경우가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의 경우 31.4%에 달했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인의 경우에는 9.4%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의 경우에는 미국식 식생활을 많이 닮아서 주로 고기나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선호하고 채소 섭취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6년도에 캘리포니아 거주 한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국에 5년 미만으로 거주한 경우에 비해서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는 비만이 될 가능성이 3배 가량 높았고, 특히 남자 그리고 과음을 하는 경우에 그 위험이 높았다. 즉, 서양식 생활 방식에 많이 동화될수록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서 당뇨병 및 관련 질환도 분명히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이민 2세의 경우에 더욱 이러한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면 어떻게 비만과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는가? 바로 식생활 개선과 운동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솔깃한 답을 기대하신 분에게는 심히 실망스러운 답일 것이다. “파랑새”라는 동화책에서 행복을 전해 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주인공들이 숱한 고생을 하면서 먼 곳을 떠돌았지만, 결국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너무나 단순한 답이어서 매혹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운동 선수나 수험생처럼 결국은 “기본”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칼로리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름기가 적은 음식과 함께 야채를 많이 섭취하면 된다. 기름진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밥이 주된 칼로리 공급원이 되는 경우에는 아예 작은 밥그릇으로 바꾸어 적당량만 덜어 먹도록 하고 야채를 많이 섭취해서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것도 요령이 될 것이다. 매일같이 비가 오는 우기에는 밖에서 운동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캐나다의 대자연 속에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힘들다기 보다는 즐거운 일이다.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맑은 공기, 눈부신 햇살, 싱그런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여 보자.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오고 비만과 당뇨병의 위험은 저만치 달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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