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1일 일요일

심근경색이 줄어들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온갖 질병이 세상에 창궐하게 되었다.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마마”라고 불리던 천연두는 이제 다시 그녀의 상자 속으로 들어갔으며, 그 외의 많은 질병들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출 운명을 맞고 있다. 최근의 예로 B형 간염을 들어 보자. 만성 B형 간염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 간경변증(간경화) 및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때 전 국민의 약 10%가 B형 간염을 앓고 있다고 매스컴에서 보도하면서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도록 권유하고 술잔 돌리지 말기 등의 개인 위생을 강조한 바가 있었다. 특히 예방 접종의 덕택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으로 악명을 떨치던 기생충 감염증을 기억하는가? 못살던 시절에 그 흔하고 그 많던 것이 위생 상태의 개선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종적을 감추지 않았는가?
감염증의 경우 그 원인이 확실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예방책을 세우기가 비교적 쉽다. 하지만,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들은 대부분이 잘못 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며,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죽상경화증은 흔히 동맥경화증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인데,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쌓여서 혈액의 흐름을 막아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을 포함한 심각한 상태를 유발한다. 이러한 죽상경화증으로 인한 사망이 선진국에서의 사망 원인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 이런 병이 생길까? 명확한 답은 없다. 감염병과는 달리 이러한 종류의 질병은 매우 복잡한 발병 기전을 가진다. 따라서, 원인이라는 말을 쓰기가 어려워서 “위험인자”이라는 말을 써서 그 발병을 설명한다. 죽상경화증에 의한 관상동맥질환(전신에 피를 보내는 심장은 근육 덩어리로서 그 자체도 혈관을 가지고 피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관상동맥이다)의 경우 나이가 많은 경우, 남자인 경우, 집안에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 담배를 피는 경우, 비만한 경우, 운동을 안 하는 경우, 혈당이 높은 경우, 혈압이 높은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잘 발생한다. 이 중에서 나이가 많거나, 남성이거나, 집안에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 우리가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즉, 이들은 “가변 요인”이 아닌 것이다. 나머지의 경우에는 금연을 하고, 체중 조절을 하고, 운동을 하고,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면 위험인자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 6월 9일자로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반가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0년과 비교하여 2008년에는 급성심근경색의 발생이 무려 24%나 줄었으며,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초기 사망의 위험도 역시 24%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 동안의 보건 당국과 의사 및 학자들의 노력에 대한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금연운동 및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노력과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줄이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에는 식이요법에 대한 조언도 중요하게 작용했겠지만, 아주 우수한 약제인 소위 “스타틴”이라고 불리는 계열의 약제가 개발되어 널리 이용된 것이 일등 공신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뇨병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뇨병은 나이가 많거나, 비만하거나, 운동을 하지 않거나,집안에 당뇨병이 있거나,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거나 혹은 거대아(출생 체중 4kg 이상)를 출산했거나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상동맥질환과 마찬가지로 생각해서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가변요인”을 찾아보자. 살을 빼고 운동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몇 달 전의 컬럼에서도 잠깐 소개한 적이 있는데, 2000년대 초에 발표된 당뇨병 예방 연구를 살펴 보자.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위 “내당능 장애”라는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중 조절, 운동, 식이 요법 등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 습관 개선을 시행한 그룹과 당뇨병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되는 약을 투여한 그룹을 비교해 보면 생활 습관 개선을 시행한 경우에 당뇨병을 약 60%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반면 약을 투여한 경우는 약 25-30% 수준에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생활 습관 개선 그룹에 속했지만 당뇨병이 발병한 경우는 대부분 체중조절, 운동, 식이 요법 등을 잘 수행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식이요법, 운동요법에 대한 대중 계몽이 절실하다.
2000년도 기준으로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1억7천만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현재 추세대로 당뇨병이 증가한다면 2030년에는 전세계에 당뇨병 환자가 무려 3억7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이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도 절실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개개인 스스로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짐으로써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전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2015년 쯤에는 당뇨병의 발병이 줄어들고 있다는 반가운 성적표가 날아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